남자든 여자든 그 사람이 쓰는 말씨를 통해 그 성품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언행은 보통 습관의 지배에 놓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바르고 고운 말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나중에는 얕은 밑천을 애써 감추기도 어렵다. 오랜 세월이 묻어있는 품새는 한 사람이 그간 어떤 환경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 지를 나타내주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말과 글을 잘 쓰는 이성은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스쳐가는 사람에 대해서도 순식간에 그 품새에 대한 무의식적 느낌을 갖게 되는데, 하물며 진득하게 삶을 공유해나갈 연인을 찾는다 생각하면 촉수를 곤두세워 단어 하나, 뉘앙스 하나하나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조신하거나 말쑥하고 단정한 옷차림새와 경어 사용만으로는 그 성품을 바로 보기가 어렵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가면 들을 수 있는 "세 가지 메뉴가 있으시고요" 따위의 잘못된 경어 사용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달변가에다 철저한 비지니스 매너를 갖추었다하여 내가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거나 서로 더 많은 공감을 갖게 될 거란 보장이 없다. 이럴 때 가끔 커다란 공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나 역시 소개팅 자리에서나 공적인 모임에서는 나도 모르게 좀더 또렷또렷하게 말하고 행동하려 드는 걸 종종 발견하고 흠칫 놀라곤 한다. 아, 나는 본디 흐물거리고 말도 느릿느릿 어눌하게 하는 편인데, 그리고 그것이 내가 말을 올바로 빠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도, 내가 그러는 걸 보면 겉보기 품새 내지 첫 인상이라는 게 꽤나 무서운 모양이다. 으으, 과연 품새로 사람의, 이성의 성품을 짐작할 수나 있는 것일까?
뭐랄까,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말로 얼마나 자기 생각과 감정을 요모조모 표현해내느냐가 참 중요하다. 오히려 사투리와 비속어, 은어, 생생하고 날선 묘사, 노골적인 표현, 침묵, 눈빛, 시선 등이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나? 필요하면 제스쳐는 물론 이모티콘, 통신어, 줄임말이더라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 성품의 선악과는 관계없이 적어도 그 사람의 공감과 표현능력은 뛰어남을 보여준다. 시덥잖은 말장난에도 다른 사람은 제쳐두고 둘 만큼은 웃을 수 있고, 언중유골을 탐지해내고 종국에는 지음이 되는 경험은 정말이지 특별하다. 사랑에 빠졌기에 그렇게 되는 거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오랜 기간의 훈련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동물 같은 몸을 가진 여자가 있어도 매일 섹스만 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고 그것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해낼 줄 아는 여자가 좋다. 지난 밤의 교성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비오는 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책을 공유하고 뉴스 비평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어디서 고즈넉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입연애 쩝니다.'ㅅ'
답글삭제무슨 말임? ㅋㅋ
삭제저도 지금 남자친구 말을 예쁘게 하는 모습이 좋아서 만나고 있답니다 헤헷ㅋ
답글삭제네ㅋㅋ 저도 그래야할텐데 이게 어렵네요... 마치 양자택일 문제처럼.
삭제욕만 안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욕하는 남자는 정말 싫어요;ㅁ;
답글삭제^^ 전 욕도 잘해요.. 연인간 욕이야말로 맥락이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삭제저 역시 자기 여자친구한테 진심을 담아 거친 쌍욕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ㅋㅋ 중고등학교 동창들끼리 정겨운 욕설을 주고받듯.... 올라타고 허리를 정신없이 돌리는 여자 가슴을 움켜쥐고 "야이 씨발년 때문에 미치겠다 졸라.. 이 개년.. 더 빨리 해봐... " 라고 칭찬해주면 그에 맞춰 아 미치겠어! 아 썅. 썅 거리 것도 훈훈하더라구요ㅋㅋ 평소에 아주 고상한 언어를 사용하다가 아주 나쁜 일을 겪었을 때에도 종일 남 뒷담화를 몇시간씩 하기보다는 그저 아 씨뱅! 미친새끼였어.. 정도로 뾰족하게 욕을 내뱉고 마는 모습도 귀엽고요..
포스팅된 전체 글들, 잘 읽어보았습니다.^^
답글삭제옳고 그름에대한 날카로운 단면만을 요구하는 이성적 판단을 살짝 돌아선 글들이여서 즐거웠고 신선했습니다.
위 글의 마지막 문단에 쓴 글이 아마도 지금까지 축적되어 써진 포스팅의 글들에 대한 현재까지의 좋합적인 결론이겠죠?!^^
저 역시도 마지막 문단에서 상당한 공감을 합니다.
과정의 많은 사건들 속에서 야기된, 이야기를 가지고 옳다 그릏다 착하다 나쁘다를 결정내어버리고 마녀사냥하듯 달려드는 마치 먹잇감 찾은 늑대마냥 달려드는 모습이 참 답답하기도 하죠.
각설하고!
마지막 문단의 그런 상대를 꼭 찾길 응원 합니다.^^
고맙습니다^^ 여력이 생기면 포스팅도 가끔 하면서 지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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